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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훈
작성일
  2005-04-01 오후 5: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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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酒人의 정성으로 빚는 술(경향신문 2005.03.23)
우리의 전통주는 술빚기에 있어 일정한 공식이나 절대적인 재료의 배합비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가문마다 술 빚는 이의 솜씨에 따라 재료의 가감과 발효기간·술 빚는 시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맛과 향기도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한산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이 지방의 토속주로 빚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한번도 끊기지 않고 1,500여년간 그 맥을 이어왔다는 데서 전통주 제조법의 뿌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전통주 제조법에 있어 주재료인 쌀을 죽이나 떡(설기, 무리떡)으로 빚는 술이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다른 전통주는 그 역사가 짧아 전통주의 근간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한산소곡주는 그간 맥이 끊기지 않고 전승됐고 지금까지도 그 전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산소곡주는 발효제인 누룩을 적게 쓰는 술이라는 데 특징이 있는데 누룩 양이 적은 경우 발효가 쉽지 않아 자칫 실패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다른 술에 비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더욱이 100일간 저온 숙성시키는 저온 장기발효주라는 점에서 한산소곡주는 술빚기에 따른 주인(酒人)의 정성이 어떠한 전통주보다 필요한 술이다.

그러나 일단 술이 익으면 그 맛과 향이 뛰어나 누구라도 한 번 맛본 사람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한산소곡주와 관련하여 ‘앉은뱅이 술’이나 ‘망주’ 등의 일화에서 한산소곡주의 진가를 가늠할 수 있다. 오랜 발효기간으로 주독 해소가 뛰어나 건강에도 좋고 뛰어난 감칠맛과 곡주 특유의 방향(芳香)은 소위 ‘전통주는 누룩냄새(곡자향·麴子香)가 나야 한다’거나 그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숙취(宿醉)’ 등 전통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박록담/한국전통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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